아침부터 최악이었다. 알람이 울렸는지 안 울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 이미 회의 시작 10분 전. 씻고 옷 입고 나가려면 최소 30분은 필요한데, 답이 없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X됐다.’

패닉 상태에서 대충 옷을 걸치고 집을 뛰쳐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도 없이 계단을 두 칸씩 내려가는데,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을 뻔했다. ‘제발, 제발 제시간에 도착하게 해주세요.’ 별 신앙심도 없으면서 순간적으로 신에게 기도까지 했다.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마침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싶었지만, 전광판에 찍힌 도착 시각이 뭔가 이상했다. 평소보다 3분 늦었다. ‘뭐야, 왜?’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사람들이 유독 많다. 출근 시간대라 사람이 많을 거라는 걸 깜빡했다. 결국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들었지만, 이미 빽빽하게 들어찬 인파 속에 끼어 숨이 턱 막혔다.

겨우겨우 회사에 도착해서 회의실 문을 열었다. 다들 내 쪽을 쳐다봤다. 상사가 한숨을 쉬며 “늦었네?”라고 했다. 변명할 기운도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자리로 들어갔다. ‘진짜, 내가 왜 이러고 살지?’

회의 내용은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멍한 상태로 앉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을 못 지킬까?’ 단순히 알람을 못 듣고 늦잠을 잔 걸까? 아니면 원래부터 시간 관리가 엉망이었던 걸까? 돌이켜 보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예전에도 중요한 약속에 늦어서 곤란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그때마다 나는 ‘다음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결국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항상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그러면서 생각해봤다.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들과 나는 뭐가 다를까? 사실 답은 뻔하다. 그들은 일찍 준비하고, 여유 시간을 고려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대비한다. 나는? 항상 ‘조금만 더’를 외치며 늑장 부리다가, 결국 허둥지둥 뛰어나오는 패턴을 반복했다.

시간을 못 지키는 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그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신뢰,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의 문제다. 나는 내 스스로가 시간을 지킬 거라는 믿음이 없었다. 그러니 계속해서 늦고, 변명하고, 후회하는 과정을 반복했던 거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동료들은 나를 신뢰할 수 있을까? 내가 늘 늦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히면, 중요한 일을 맡길 때도 신뢰하지 않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좀 무섭더라. 지각 한 번 했을 뿐인데, 내 평판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뻔하지만, 결국 습관을 바꿔야 한다. 일찍 일어나고, 미리 준비하고, 시간을 더 여유 있게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단순한 노력 문제가 아니다. 시간을 관리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을 관리하는 거니까.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늦지 말자.’ 단순한 말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지키고 싶다. 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다음 회의에서는, 내가 먼저 와서 다른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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